푸생의 그림 여름에는
한 여인이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시어머니 나오미를 봉양하기 위해
이삭을 줍던 룻이 밭 주인 보아스의 눈에 드는 장면
보리 추수와 겹쳐 짙은 녹음의 들판이다
오른쪽에 그려진 말 다섯 마리는
로마 티투스 개선문에 새겨진 부조물
수확의 의미가 담겨있다

여름은 초록의 계절
빼곡히 무리 지은 나무들,
구불구불하거나 얽히거나 길게 뻗어 나가는 길들
화사함보다는 마음으로 읽어 오랫동안 들여다 보게 한다
그 사이 싱그러운 과일의 노래가 들리고
숨겨진 길들은 충일하고
숲과 벌판은 혼자서도 충동적이고 용감하다

두 개의 군단이 하늘 위에서 싸운다
차면서도 다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따뜻하면서도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양자강에서 일본 열도 남해안까지
한반도를 가로질러 긴 전선을 형성한다
남북으로 왔다 갔다
우르릉 꽝광 우레가 운 다음에
번쩍 하고 번개가 치고 뒤이어 세찬 소나기가 쏟아진다

두 칼날이 부딪히면 지상이 다 소리를 죽인다
창문들이 덜컹거리고 집들이 흔들거린다
안으로 문을 잠근다
남과 북이 밀고 밀리면서
해마다 싸움을 한다
땅에서도 지금 암중모색,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사드
여름이 절정에 달했다

■시작메모
동서로 형성된 이 긴 전선대 바로 장마 전선입니다. 이 장마 전선은 양측 고기압의 세력에 따라 남북으로 움직입니다. 상층부에는 두 갈래의 제트류(jet stream)가 흐르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남쪽을, 또 하나는 북쪽을 흐르고 있습니다. 이들 두 제트류 중 남쪽 것이 강해지면 강수량이 증가되고 또 이 제트류의 위치가 북상하면 장마는 끝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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