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성 서일농원 장독대에 쌓인 눈
치우지 않아도 사륵사륵 녹는 눈
천 개의 항아리마다 뜨는
천 개의 우주
천 개의 하늘

2
포물선을 그리며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풀밭 통통 튀어 굴러가는 골프공들
하늘이 손을 내밀어 살포시 받아준다

3.
구례군 산동마을 산수유 여린 싹들
젖몸살을 앓더니
기어코 난리를 쳐놨다
여기요 여깄어, 여깄어요
뾰쪽 뾰쪽 입을 디미는

4.
대 평원에 내리는 부신 햇살, 부신 울음
부드러운 능선으로 미끄러지듯 스미는 평화
감미로운 선율 따라 스르르 눈이 감기고 감기고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카나의
인테르메쵸intermezzo

5
홍쌍리 매실가 가는 길
매화보러 가는 사람들
어릴 때 학교앞 뽑기 설탕과자도 보이고
산 전체 뿌려놓은 팝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고소해진다

■시작메모
혹한에 지진, 그리 힘들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탄환으로 장전된 봄이 여기저기 총을 쏘아댑니다. 봄이 위대한 것은 추위를 물리쳤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그 속에 생명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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